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삼성전자 평택 5공장(P5) 공사 재개,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의미 (High-NA와 1.7나노)

플레이코노미 2025. 11. 29. 00:00

최근 삼성전자가 평택 5공장(P5) 공사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. 많은 분들이 단순히 "업황이 좋아지니 공장을 다시 짓나 보다"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.

하지만 이 이슈를 제대로 보려면 시계를 잠시 2024년 1월로 돌려야 합니다. 잘 짓고 있던 P5 공장을 삼성이 왜 갑자기 멈췄었는지, 그리고 지금 다시 시작하는 게 왜 중요한지. 그 답은 삼성의 초미세공정 로드맵High-NA EUV라는 장비에 숨어 있습니다.

오늘은 뉴스 이면에 있는, 진짜 돈이 되는 인사이트를 정리해 드립니다.


삼성전자 p5 공사현장 재개

 

1. 삼성의 큰 그림: P4와 P5의 역할 분담

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로드맵을 뜯어보면 P5의 정체성이 명확해집니다. 당초 계획상 **2025년 2나노 공정까지는 평택 4공장(P4)**이 커버하고, 그 이후 2027년 1.7나노 공정부터 바로 이 평택 5공장(P5)이 담당하는 구조였습니다.

즉, P5는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**'꿈의 1나노대 진입'**을 위한 전초기지였던 셈입니다.

2. '셸 퍼스트(Shell First)' 전략의 양날의 검

여기서 삼성과 TSMC의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납니다.

  • TSMC: 고객사에게 주문을 먼저 받고(Order First) 공장을 짓습니다. 안전하지만 대응이 느릴 수 있죠.
  • 삼성전자: 일단 건물부터 짓고(Shell First) 주문을 받습니다. 주문이 밀려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, 주문이 없으면 그 거대한 공장이 텅 비게 되는 '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' 전략입니다.

삼성은 2023년에만 역대 최대인 50조 원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으로 나섰습니다. 하지만 2024년 초, 갑자기 P5 공사를 중단시켰죠. 왜였을까요?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.

asml High-NA 장비 사진

 

3. 공사가 멈췄던 진짜 이유: High-NA EUV

P5가 멈췄던 핵심 원인은 차세대 노광 장비인 **'High-NA EUV'**와 연결되어 있습니다. 1.7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 EUV로는 한계가 있어, 개당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신상 장비인 High-NA가 필요합니다.

그런데 2023년 말, 경쟁자인 인텔(Intel)이 이 High-NA 초도 물량을 싹쓸이해갔습니다. 7나노도 제대로 못 만들던 인텔이 뜬금없이 "2025년에 1.8나노 하겠다"고 큰소리칠 수 있었던 믿는 구석이 바로 이 장비였습니다.

삼성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졌을 겁니다. "High-NA 장비도 아직 확보가 안 됐고, 수율이나 효율성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1.7나노 전용 공장(P5)을 계속 짓는 게 맞나?"

결국 삼성은 숨 고르기를 선택했던 겁니다. 무리하게 껍데기(Shell)만 올리기보다, 기술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가자는 판단이었겠죠.

4. 공사 재개(Restart)의 함의: "방향이 정해졌다"

그랬던 삼성이 다시 P5의 크레인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. 이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고, 방향성이 정해졌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.

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.

  1. High-NA 도입 및 1나노대 공정 준비 완료: 인텔이 가져간 장비의 효용성을 확인했거나, 장비 도입 스케줄이 확정되어 1.7나노 로드맵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.
  2. 노선의 변경 (AI 올인): 무리한 미세공정 경쟁보다는, 당장 돈이 되는 **HBM(고대역폭메모리)**이나 AI 패키징 라인으로 P5의 용도를 확정 짓고 투자를 집행한다.

어느 쪽이든 투자자에게는 호재입니다. 멈춰있던 자본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는 것은, 삼성이 **"이제 이길 수 있는 싸움의 준비가 끝났다"**고 선언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.


마치며

주식 시장은 단순한 뉴스보다 그 이면의 '맥락'을 읽을 때 기회를 줍니다. P5 공사 재개는 단순한 건설 뉴스가 아니라, 삼성전자의 2027년 미래(1.7나노 혹은 AI 패키징)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알람입니다.

이제 우리는 P5에 어떤 장비가 들어가는지, 그리고 그 낙수효과를 받을 소부장(소재·부품·장비) 기업이 어디인지 현미경을 대고 찾아봐야 할 시간입니다.